김영일 교수의 『상한론』 육경병증 ⑫ 궐음병(厥陰病)

△ 궐음병의 대표방인 오매환으로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 사진ⓒmedicalhani

 

‘합’ 공능의 상실로 인한 ‘궐음병’, 대표방인 ‘오매환’으로 우울증 치료

‘궐음’은 개합추 기화 중에 ‘합(闔)’의 공능을 주관한다. 삼음의 리(裏)에 처해 음기를 취합(聚合)하며, 양분(陽分)의 양기와 교통한다. ‘합’ 공능을 상실하면, 음기가 수장(收藏)되지 않고 두루 성해져 한증을 발생, 회복돼야 할 양기가 막혀서 울열(鬱熱)을 만든다. 때문에 궐음병에서는 한상과 열상이 승부를 겨루는 한열착잡(寒熱错雜) 상황이 출현한다.

 

▲ ‘궐음병’이란?

장경악은 “궐(厥)은 다함(盡)이다. 음은 이 단계에서 극에 이른다(『類經』)”고 주(注)했다. 즉 궐음병은 육경병증의 최후단계로, 태음과 소음에 이어 음의 교차가 다해 극에 이르고 여기서 양이 다시 회복되는 특성이 있다.

궐음병제강(提綱)에서 궐음병은 기울(氣鬱)이 화(火)가 되어 위(胃)를 침범하니 소갈(消渴),기상당심(氣上撞心; 기가 위로 치오름),심중동열(心中疼热),기(飢; 배고픔)의 상열증(上熱證)을 부른다. 또한 간기횡역(肝氣横逆)하여 비(脾)를 치니 불욕식(不欲食),식즉토회(食則吐蛔), 리불지(利不止; 설사가 그치지 않음)의 하한증(下寒證)을 일으킨다. 상열하한증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종금감(醫宗金鑑)』은 “제강조문은 궐음병의 총강을 말한 것이다. 궐음은 음이 다하고 양이 생하는 장이며 소양과 표리를 이룬다. 사가 그 경맥에 이르면 음을 따라서 한이 되고 양을 따라서 열이 된다. 때문에 궐음병은 음양착잡, 한열혼합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 피부(皮部)는 해견(害肩)이라 하는데, 해(害)는 합의 통가자(通假字)이고, 견(肩)은 ‘어깨가 나란히 이어진다’는 의미로, 태음과 소음을 이어받는다는 얘기다. 태음, 소음과 교류가 다한 단계이므로, 양음교진(两陰交盡)이라고도 한다.

구체적으로 음기는 태음이 가장 성하고 다음은 소음이며 궐음의 음기가 가장 적다. 삼음인 태음과 이음인 소음 간의 교류가 완결되는 시위(時位)는 바로 일음인 궐음단계로, 음한이 극에 이른다. 이때 음진양성(陰盡陽生)이뤄지지만, 이외에 음극영쇠(陰極陽衰)도 나타날 수 있다.  

 

▲ ‘합’ 공능의 손상

『영추-근결』편에서 “합 공능이 손상되면 기가 끊어져 이어지지 못하고 자주 슬퍼한다(闔折即氣絶而喜悲)”고 했다. 고증에 따르면 ‘절(絶)’자는 ‘시(施)’ 혹은 “이(弛)”라 하고 뜻은 ‘완(緩)’으로 해석한다. 필자는 명대 조부거경당(仿宋刻本, 방송각본)을 따라서 여전히 ‘절’로 푼다.

『강희자전』에 따르면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절’이라 한다(『說文解字段注』”는 끊어서 둘이 되는 것을 ‘절’이라고 한다.”

궐음의 합 공능이 실상한 후, 음이 극에 이르고 양은 쇠약상태에 있으면 음양의 기가 상접(相接)하지 못한다. 『상한론』 337조에서 “무릇 ‘궐’이란 음양의 기가 순조롭게 이어지지 못하는 것에서 발생한다. ‘궐’은 수족궐냉을 말한다”고 했다. 이런 음극양쇠(陰極陽衰)가 심해지면 음양이결(陰陽離决)로 발전, 중병이나 사증(死症)이 나타난다.

 

心과

‘희비(喜悲)”의 喜(희)는 ‘자주’, ‘늘상’의 뜻이니 ‘자주 슬퍼한다’는 의미다.

『소문 거통론(擧痛論)』에서 “슬픔(悲)은 기가 소산(消散된다”고 했다. 궐음의 ‘합’ 공능이 작동되지 않고, 음양의 기가 서로 순접하지 못하고 흩어지면 마음에 비애감이 드는 것이다. 역으로 ‘기소즉비(氣消則悲)’로 이해할 수 있으니, 기가 소산 혹은 소약(消弱)해 음양이 서로 순접하지 못하면 당연히 잦은 슬픔이 생기게 된다.

『유경(類經) 장상(藏象)』에서는 더 나아가 “정지(情志)의 상(傷)은 오장마다 각기 속하는 것이 있지만, 원인을 찾아보면 심(心)에서 발한다”고 역설했다. 칠정손상은 결국 심으로 귀결되며, 『소문 거통론(擧痛論)』에서도 “슬픔이 태과하면 곧 심계(心系)가 흔들린다”고 했다. ‘심계’는 심을 중심으로 여타장부가 모두 연계되는 맥락으로, 비(悲)는 폐(肺)의 지(志)에 속하지만 그 근원은 심에서 기인한다.

문자학에서 보면, ‘비’자 자체가 본래 ‘심’이 따르고 ‘비’로 발음하는 형성자(形聲字)다. ‘비’자에서 의미는 부수 ‘심’은 감정이나 정서 및 심리활동을 표현한다. ‘비’는 소리부에 해당하지만 의미도 내포되어 있어 ‘그르다’, ‘어긋나다’의 뜻을 지닌다.

『강희자전(康熙字典)』에서는 “마음(心)이 어긋나니(非) 슬픔(悲)이 된다. 마음이 어긋나 있기 때문에 곧 슬픈 것(悲)”이라고 한 것이 그 예다.

‘심’은 양 중의 태양이며, 오장육부의 군주다. 궐음병의 음극양쇠(陰極陽衰)한 상황은 필연적으로 심양을 약화시키며 슬픔이 자주 들게 하며 바로 여기서 수궐음심포가 관련이 되는 것이다.

『상한론』 궐음병에서 말하는 것은 주로 족궐음간(肝)이기 때문에, 수궐음심포(心包)는 흔히 소홀히 간주되거나 무시된다. 심포는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막으로, 심장을 대신해 작용을 발휘하고 사기도 대신 먼저 받는다. 따라서 심주혈맥(心主血脉)과 심주신명(心主神明)의 공능은 심포와도 관계가 있다.

 

▲ ‘마음의 병’ 원인은?

『영추 사객(邪客)』편에서 “각종 병사가 심장을 침범하는 것은 모두 심포락에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포락은 심주(心主)의 맥(脉)이기 때문”이라 했다. ‘심주의 맥’이란 ‘심의 주재(主宰)를 대신 행사하는 맥락’을 말하는데, 심포가 마치 군주인 심을 보호하는 궁성과 같다는 뜻이다.

『수습지관좌선법요(修習止觀坐禪法要)『에서 “오직 마음을 편안히 가라 앉혀 병든 곳에 고요히 머물게 하면 병을 고칠 수 있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심은 인과응보의 주인이다. 심은 왕과 같아, 왕이 이르는 곳에는 군적들이 모두 달아 달아나듯이 마음(왕)이 병처에 안착하면, 병(도적)은 삽시간에 흩어질 것”이라 했다.

족궐음간은 소설공능을 통해서 정지(情志), 즉 7정(喜怒憂思悲驚恐)을 조절한다. 수궐음심포 또한 심을 대신해서 정신의식을 조절한다.

『십일맥구경』, 『영추 경맥』 등에 보이는 심포경 병후를 보면 신지(神志)병증을 모두 심포경으로 치료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궐음병 제강조문에서 말한 ‘기상당심(氣上撞心), 심중동열(心中疼熱)’의 ‘심’은 ‘심포’를 가리킨다고도 볼 수 있다. 온병학에서 ‘열입심장(熱入心臟)’이라 안하고, ‘열입심포(熱入心包)’라 하여 신혼(神昏; 정신혼미), 섬어(譫語; 헛소리) 등 심신 병변이 나타나는 것도 같은 의미다.

이런 인식에 기초하면, 궐음병의 대표방 오매환으로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

김영일 교수(동국대 LA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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