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홍 원장의 인체부위별 통증 매뉴얼 (29) 우울증(憂鬱症, depression)

△ 우울증은 한의치료로도 좋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사진ⓒ AdobeStock_Antonioguillem

 

우울증, 기울(氣鬱)∙울화(鬱火)∙기허(氣虛)로 나누어 진단 및 치료

간기 소통시키고 푸는 소요산∙시호소간산 처방, 백회∙인당∙태충 침 치료

 

내원하는 환자 중에서 “정신과 치료도 한의 치료로 되느냐”고 묻는 경우가 가끔 있다. 전체 환자 중 대략 5%정도는 우울증 및 화병, 정신질환자이다.

그 동안 양방에서 우울증이라고 진단을 받은 환자 중에는 화병이나 우울증 환자도 있었다. 양방의 정신과와 한방의 정신과를 비교할 때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우울증’과 ‘화병’에 대한 비교이다.

같은 증상이 있어도 양방에서는 우울증으로, 한방에서는 화병으로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과 화병은 때로는 따로따로 나타나기도 하고(우울증이 심해져서 화병, 화병이 심해져서 우울증), 때로는 같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화병).

참고로 아래의 표에서 보는 것과 같이 증상의 차이가 많은 것 같지만, 이 증상 또한 변화에 따라 때로는 우울 증상, 때로는 화병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우울증의 진단기준

기본적으로 양방에서의 우울증은 그 원인을 스트레스와 함께 이로 인하여 변화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 이상으로 보고 이에 따른 감정 및 행동 문제를 고려하여 진료를 한다.

치료에 있어서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정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약물요법과 감정, 생각, 행동 등을 수정하는 인지행동요법 등을 정신요법으로 활용한다.

참고로 항우울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환자를 보면 대체로 감정의 동요가 잘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대체로 항우울제가 일정한 감정을 가지도록 유도를 하기 때문이라 생각이 된다.

하지만 한의학적 치료는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이 지나치게 심화되지 않도록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양방적 치료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다음의 9가지 사항 가운데 5가지 이상이 2주 이상 지속적으로 유지가 될 때 의심해볼 수 있다. ①종일 기분이 우울하다 ②하루 대부분의 활동에서 흥미 있는 일이 별로 없다 ③식이 조절을 하지 않는데도 현저한 체중 감소 또는 증가되거나 거의 매일 식욕의 감소 또는 증가 ④심한 불면 또는 심각하게 과한 수면 ⑤정신운동 흥분 또는 지체(단순히 안절부절 못하거나 느려진다는 주관적 느낌뿐 아니라 타인에 의해서도 관찰 가능) ⑥심각하게 피로 및 무기력 ⑦자기 비하, 무력감, 심각한 자책 경향 및 죄의식 ⑧사고와 집중력의 감소와 결정 곤란 ⑨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등이다.

 

▲ 한의학에서의 우울증

한의학에서 우울증과 가장 유사한 증상을 찾는다면 기울(氣鬱), 울증(鬱證) 등을 들 수 있다.  『동의보감』에 명시된 ‘탈영실정(脫營失精)’과 관계된 증상들도 우울증의 한 범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울(氣鬱)’은 말 그대로 기가 막혀서 생기는 여러 가지 증상으로 스트레스로 인해 몸의 긴장과 불안이 심해지고 이것이 기의 흐름을 방해하여 정상적인 몸의 밸런스가 깨어진 상태를 말한다.

탈영실정은 귀하던 사람이 천해지거나 부유하던 사람이 갑자기 가난해지는 경우 등 큰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난 여러 가지 증상을 뜻하는데 이 역시 우울증과 유사하다.

이러한 우울증을 크게 기울(氣鬱), 울화(鬱火), 기허(氣虛)등으로 나누어 진단 및 치료를 하고 있다. 기울은 우울증이 시작된 초기 상태로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불편하며 감정의 기복이 뚜렷한 형태가 특징이다.

울화는 기울에서 조금 더 진행되어 두통, 현기증, 분노감, 불안감, 상열감 등의 증상이 함께 동반되는 우울증이다.

기허(氣虛)는 이러한 기울, 울화의 단계보다 조금 더 진행된 단계로 체력적인 저하가 두드러지고 정신적인 에너지가 고갈되어 무기력 및 무력감, 비통함, 자책 등이 심각하게 심화된 단계로 변증이 된다.

 

우울증 치료의 개념

전에 어느 정신과 의사가 드물게 우울증의 원인을 머리의 산소 공급 부족이 원인이며 그 원인을 경동맥소체(頸動脈小體)의 생리적 기능장애로 보고 에너지원인 산소가 부족해지면 몸 전체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근거로 치료 원칙을 세우는 경우가 있었다.

필자의 한의학적 관점으로는 기억과 감정을 정신활동을 신(神)의 기능 중 일부로 파악하여 왔으며 감정과 생각 등의 모든 정신활동을 반드시 뇌와 관련 짓지 않고 오장의 기능과 연관하여 이해한다면 인체의 전일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기억 및 감정의 과정에서 오장이 모두 연관되어 있으나 기억과 감정을 저장(貯藏)하는 측면에서는 통합기능과 침정기능(沈靜機能)을 담당하는 비(脾)와 신(腎)의 기능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비와 신은 기억과 감정에 연관된 기능에 있어 차이가 있는데 비와 관련된 의(意)는 의식표면(意識表面)에 존재하는 비교적 단기적인 면을 의미한다.

또한 신(腎)과 관련된 지(志)는 무의식 속에 침정(沈靜)된 기억과 감정을 의미 함으로서 장시간 각인되어 사고력, 판단력, 행동양식, 성격 등에 포괄되는 장기기억을 말한다.

이에 대다수의 한의학적 연구들이 정신효과를 관찰하는 실험에 신기능(腎機能) 강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약물을 선택 함으로서 그 효과를 입증하여 왔다. 오늘날 육미지황환(六味地黃丸)을 ADHD및 치매와 집중력 강화에 응용하는 것도 이와 같은 예로 들 수 있다.

 

▲ 우울증 방제

우울증에 원인이 되는 장부로는 심(心), 간(肝), 비(脾) 중에서도 간이 주요한 병인이 발생하는 장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간의 기운을 소통시키고 풀어주는 소요산, 시호소간산 등을 사용한다.

또한 △향소산(기울의 증상이 뚜렷하고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 △가미온담탕(기울과 더불어 담음의 증상이 현저하게 나타나는 경우)를 쓴다.

계지반하생강탕은 소음인이 확실하고 『상한론』의 계지감초탕 증을 호소하는 경우에 활용된다. 울화(鬱火)의 상태를 치료하는 처방에서는 황련과 치자가 주요 약재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대황황련사심탕, 황련아교탕이나 치자시탕과 같은 고방의 처방들이 주효하다.

후세방으로는 천왕보심단이 많이 활용된다. 흉협고만이나 호흡불리를 호소하는 간화(肝火)의 양상을 같이 동반하는 경우 억간산이나 시호가용골모려탕과 같은 처방도 함께 사용한다.

기허가 심한경우 귀비탕, 보중익기탕, 소음인에게는 승양익기탕 등을 적용 할 수 있다.

대체로 식욕부진, 무기력, 맥세약, 낮은 혈압을 주요 변증 포인트로 삼으면 된다.

오한, 설사, 오경설사, 관절통 등 양허로 변증할만한 부분이 더 있으면 기존 처방에 건강, 육계 등의 약재를 가미한다. 반대로 건강, 육계를 군약(君藥)으로 삼는 진무탕이나 복령사역탕을 활용할 수 있다.

주로 사용하는 약재는 시호 백작, 울금, 복령, 당귀, 백출 등을 잘 활용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우울증의 침 치료

백회, 내관, 간사, 합곡, 소해, 태충, 관충, 중충, 인당, 내관, 신문, 족삼리, 대돈, 전중 등이 주요 자침 부위로 사용된다.

백회는 독맥, 족태양, 수소음 소양경의 교회혈로 전신의 기혈을 조절하고 막힌곳을 열어주며 안신(安神)하는 효과가 있다.

인당도 독맥으로 백회와 함께쓰여 정경과 기경을 연결하면서 침감이 뇌 부위로 향하여 우울감을 개선 시키는 효과가 있다.

태충은 족궐음 간경의 수혈이자 원혈로서 간기를 이롭게하고 해울안신 및 정지작용이 있다.

내관은 수궐음 심포의 낙혈로서 진정 안신 효과가 있으며 신문은 수소음 심경의 원혈로서 양심안신, 행기화울하는 효과가 있다.

윤재홍 교수(남가주 한의대)

 

<우울증과 화병의 비교>

병명

차이점

공통점

우울증

체중감소, 식욕감퇴, 피로, 우울한 감정, 즐거움 및 매사 흥미결여, 사고 집중력 감소, 죽음에 대한 생각

불면, 불안

허무한 느낌

화병

가슴이 답답하거나 호흡곤란, 얼굴 및 가슴의 열감, 억울하고 분한 감정,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거나 분노가 치밀어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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