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담 원장의 ‘우리 약 이야기’ ② 오미자

동양의학과 동양철학에서 ‘5’의 의미는 각별하다고 볼 수 있다. 5는 동양인으로 하여금 다섯 가지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창이 되는데 오행철학이 바로 그것이다.

5의 패러다임은 색깔로는 ‘청적황백흑’, 방위로는 ‘동서남북 중앙’, 의학에는 ‘간심비폐신’ 등, 심지어 인간의 선한 마음까지도 ‘인의예지’에 믿을 ‘신(信)’을 보태 다섯 가지의 덕으로 나눈다. 

한의학의 약물학인 본초학에서도 오행의 영향으로 다섯 가지 맛, 즉, ‘산고감신함’의 오미라는 패러다임으로 약물을 분류한다.

산고감신함이란 ‘시고 쓰고 달고 맵고 짠’맛을 뜻한다. 그런데 어떤 식물의 붉은 열매에게 다섯 가지 맛의 덕을 모두 갖추었다고 보고 ‘오미자’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고대에는 정명(正名)을 중시해 대상에 걸맞지 않는 이름은 함부로 짓지 않는다. 20여년 전 나름 열심히 차를 공부할 때, 오미자를 연구하면서 콩알보다 작은 오미자 열매를 분해해 맛을 본 적이 있다. 정말 다섯 가지 맛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놀랍게도 오미자의 과육은 단맛이, 껍질은 신맛이, 씨앗은 쓰고 매운 맛이, 말린 껍질 표면의 흰 가루는 짠 맛이 났다. 오미자는 명실상부 오미의 덕성(德性)을 갖추고 있었다.

실제 오미자는 약성이 따뜻하면서도 건조하지 않고, 허로(虛勞)에 지친 몸을 달래주면서 정기를 수렴하는 덕이 있다. 오미자라는 이름은 부작용은 거의 없으면서 인체에 이로움만 주었던 덩굴식물의 붉은 열매에게 바치는 옛사람들의 오마주가 아닐까.

오미자(Schisandra chinensis Baill)는 목련과에 속한 낙엽 덩굴식물로 우리나라 각지에서 재배되고 있다. 요즘 태백산맥 산자락을 따라 꼬불꼬불 운전하다 보면 찻길 가에 재배하고 있는 초록덩굴의 오미자 밭을 볼 수 있다.

밭을 돌아보면 오미자덩굴이 무성하게 자라 마치 제주도 메이즈랜드의 나무숲 미로에 들어선 듯하다. 오미자는 6월경 희고 노르스름한 꽃이 피었다가 가을이 되면 빨갛게 열매가 익는데, 작은 포도송이처럼 귀엽고 사랑스럽다.

오미자가 오미의 덕성을 갖추었다고 하지만 시큼한 신맛이 위주라 수렴하는 힘이 강해 땀과 설사, 기침을 멈추면서 갈증을 없앤다. 심지어 유정(遺精)까지 멈추는 작용을 한다.

산삽수렴(酸澁收斂)이 주된 효능이라 흩어진 기운을 갈무리하면서 진액을 만드는데, 지친 몸을 채우고 보호하는 보약(補藥)이라 할 수 있다. 

기진맥진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같이 기록적인 더위를 기록하고 있는 여름철 더위에 지치고 탈진했을 때 쓰는 말이다. 이때 가장 적합한 차로 생맥산(生脈散)을 권한다.

말 그대로 ‘맥을 살린다’는 뜻이다. 생맥산은 정기를 수렴하는 오미자의 약성을 응용한 처방으로 인삼4g 맥문동4g 오미자1g 비율로 배합해 차처럼 달여서 마시면 된다. 더 많은 양을 다려 시원하게 냉장 보관하면 여름을 이기는 최고의 약차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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