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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March 28, 2024

김영일 교수의 『상한론』 ①육경병증의 변증논치와 경락

△ 『상한론』의 음양 및 육경, 경락 등의 이해를 통해 환자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시음양-양기가 주도, 생발과 석방∙수렴∙저장 순환 반복

육경병증은 장부경락이 육음사기를 받아서 발생

기화공능 통해 팔강으로 표현

 

『소문(素問) 보명전형론(寶命全形論)』에서 “사람은 천지자연의 기로써 생겨나, 사계절의 규율로써 이루어진다(人以天地之氣生,四時之法成)”고 했다. 또한 인간과 자연간의 상응관계는 음양에서 드러나므로 『소문 생기통천론(生氣通天論)』에서는 생명의 근본을 아예 음양에 두고 있다(生之本,本於陰陽).

『소문 음양응상대론(陰陽應象大論)』에서도 역시 음양은 자연만물과 인간이 생장소망(生長消亡)하는 법칙이자, 강령으로서 생장수장(生長收藏)의 본원이 되며 변화발전의 내재동력이므로, 병치료는 반드시 (음양)근본에서 구한다(生殺之本始,神明之府也,治病必求於本). 아울러 “양생음장(陽生陰長),양살음장(陽殺陰藏)”이라 하는데, 1년 사계 중 음양소장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만물의 생장상황을 개괄한 것이다.

 

▲ 육경의 음양 개괄

이러한 논의는 『소문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이른바 발진(發陳)은 춘삼월(음력 1~3월)의 개괄로, 양기가 막 일어나(發) 사방으로 펼쳐지는 것(陳)이다. 실제로 봄이 지나면서 낮은 점차 길어지고, 기온이 차츰 높아진다. 양기가 생(生)하여 부단히 증가해서다.

번수(蕃秀)는 하삼월(음력 4~6월)로, 양기가 왕성해져서 유형물질이 무성하게 자라는 것이다. 양화기(陽化氣),음성형(陰成形)이니, 양기가 석방됨에 따라 물상(物像)도 화려하게 성장한다. 봄, 여름은 양기(에너지)가 생발(生發), 석방(釋放)하고, 동시에 음(물질)이 부단히 성장하나 음양생장은 지속적이지 못하고 일정한 시기에 전환된다.

양살음장(陽殺陰藏)은 가을, 겨울의 음양변화다. 양살은 멸살(滅殺)이 아니다. 명대 장경악은 천지기교(天地氣交)라 하여 “일년기운의 음양성쇠는 여름에 교차한다”고 했다. 양기가 극에 이르는 시점인 하지에 음이 생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가을 추삼월(음력 7~9월)은 양기가 수렴되며 만물은 성장을 멈추고 점차로 시들고 말라 버린다. 이를 용평(容平)이라 하며, 사물의 용모가 평정된다.

겨울 동삼월(음력 10~12월)은 양기가 수장되어 유형물질(음)이 양기 공급을 얻지 못해 성장을 정지한 상태(閉藏)다. 이처럼 양기는 가을, 겨울에 수장되고 봄, 여름에는 생장(生長)하며, 이것이 바로 양살의 진정한 의미다.

 

▲ 음양의 의미

『소문 생기통천』에서 “음의 공용은 장정(藏精)하여 물질을 부단히 양에게 공급한다. 양의 공용은 위외(衛外)하여 음이 누설되는 것을 고섭해준다”고 했다. 이 중에서 정(精)은 음이 아니고 양도 아니다. 습관상 정을 음으로 간주해 음정이라 하는데, 만약 정이 음이라면 음의 공용은 음을 저장(藏精)하니 논리상 통하지 않는다.

유력홍(劉力紅)은 『사고중의(思考中醫)』에서 정이 실제 가리키는 것은 양기(능량; 에너지)의 축적상태로 봤다. 장정은 바로 (양의)취합과정을 돕는 표현으로, 양기의 축적공능은 신장이 주관하고, 계절로는 겨울에 실현된다. 양기가 단순히 수장돼 못쓰는 게 아니라 다음 봄을 맞이할 준비상태인 것이다.

『소문 금궤진언론(金匱眞言論)』에서는 “겨울에 정을 저장해두면 봄에 온병에 걸리지 않는다(冬藏於精者, 春不病溫)”고 했다. 이는 겨울의 양기축적이 봄에 항병력과도 관련된다는 얘기다. 만약 한사로 양기축적이 파괴되면 봄에 항병력이 저하되어 온병이 된다. (冬傷於寒, 春必溫病)

요컨대, 사시음양은 양기가 주도하며 생발과 석방, 수렴과 저장의 순환을 반복한다. 이는 바로 『소문 음양응상대론』이 말하는 “중양필음(重陽必陰),중음필양(重陰必陽)”의 실질적인 의미다.

 

▲ 육경과 경락

육경병증은 장부, 경락이 육음사기를 받아서 발생하는 병리반응이다. 육경의 기화공능을 통해서 팔강으로 표현되는 종합적인 변증체계다.

사기의 성질이 서로 다르고 각 장부경락에 있는 음양속성이 상이하다. 또한 병변부위의 심천(深淺), 병성(病性)의 한열, 체질의 허실 등으로 사기가 인체에 침입한 후에는 서로 다른 종합적 증후군을 형성하게 된다. 단순히 외감 반응이 아니라, 인체의 총체적이고, 복합적인 병리체계다. 때문에 고대에 “육경은 만병을 다스린다”는 설이 있다.

육경은 삼음삼양이므로 역시 음양에 근본하며 음양승강출입의 결과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각종변화를 기화(氣化)라 하고, 음양의 기를 전제로 한다. 『소문 사기조신대론』에서 “사계절의 음양은 만물의 근본이다. (양생의 도를 깨달은) 성인이 봄과 여름에 양을 기르고, 가을과 겨울에 음을 기르는 것은 근본을 따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물과 더불어 생장의 문에서 부침(浮沈)한다”고 했다.

춘하에 과도한 양기의 방출을 삼가고, 추동에 양기의 수장 따라 저장된 음정 또한 함부로 소모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부침’은 사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기의 운동(음양이 승강출입하는 운동) 변화를 함축적으로 가리킨다. 때문에 ‘생장의 문’은 음양 승출(升出)과정으로, 생장 다음에 수장 즉 기기의 강입(降入)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양기가 위로 올라나가는 승출 과정을 ‘부(浮)’라 하며, 양기가 아래로 내려잠입하는 강입과정이 ‘침’이란 것이다. 이때 음도 양을 따라 역시 승강하니 『내경』의 ‘생장수장’ 과정이다.

『소문 육미지대론(六微旨大論)』에서 천지자연의 기는 승강 운동에서 반드시 정상적인 조화를 보지(保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질병을 야기시킨다고 강조했다. 자연계는 경락을 통해 인체와 밀접한 상응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이는 인체가 십이경맥을 매개로 경맥을 통헤 자연계 기후변화에 적응해나가는 것이다..

사계절에 상응해서 경맥 변화를 보여주는 전형은 맥상(脉象)이다. 『소문 맥요정미론(脉要精微論)』에 따르면 “사계절 변화에 따라 맥상도 더불어 부침한다∙∙∙동지 이후 45일(소한, 대한, 입춘)은 양기가 서서히 상승하고 음기는 서서히 하강한다. 하지 이후 45일(소서, 대서, 입추)은 음기가 서서히 상승하고 양기는 서서히 하강한다. 사시변화에는 음양승강이 있고, 맥상도 함께 상응한다”고 했다.

여기서 음양승강은 서로 소장대립(消長對立)하는 관계로 해석되어, 위에서 음양의 생장수장을 호근호용의 상생원리로 푼 것과 구별된다. 이는 바로 음양간의 대립면과 통일면을 나눠서 본 것일 뿐이며 서로 모순은 아니다.

(주: 2015년 칼럼주제 ‘『상한론』 육경병증의 변증논치와 경락’은 필자의 저서 『傷寒六經證治與經絡(중국, 복건과학기술출판사, 2011, 간체본)』에서 발췌, 수정한 것이다.)

김영일 교수(동국대 LA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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