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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April 19, 2024

미국엔 제대로 된 한의사가 없다?

△이제는 한의사 스스로가 ‘신뢰받는 이미지’를 만들어 가야 할 때다. 사진ⓒPhotoxpress_Franz Pflueg 

 

5년 후∙10년 후를 위한 한의사 이미지 만들기

 

그 동안 코리아 타운에서 회자되는 한의사의 이미지는 ‘침술원’이나 ‘보약 짓는 곳’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가주에서는 ‘닥터(Dr.)’호칭을 공식 인정한 만큼, 대외적인 신뢰도 역시 높아지리란 예상이다.

실제로 내원 환자가 “선생님”으로 부르는 것과 “닥터”라고 하는 것엔 많은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은 환자와 의자가 ‘신뢰’를 바탕으로 했을 때, 그 호칭이 뜻하는 상징적 효과는 더욱 크다.

현재는 물론 5년, 10년후의 한의사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한의의 미국에서의 입지와 신뢰, 치료효과와 사회 공헌도, 궁극적으로는 사업적으로도 성공하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한의사의 이미지

10여 년 전, 한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LA에 온 지 일주일 정도 됐을 때였다. DMV에 운전면허시험을 접수하려고 줄을 섰는데, 바로 앞에 선 두 명의 한국 여성들의 대화가 들렸다.

 “어느 한의원에 갔는데, 침 몇 개 놔주고 몇 십 불을 받았는데 낫지도 않아요.”

 “난 그래서 1년에 한번씩 한국 가서 진료 제대로 받는. 미국엔 제대로 된 한의사가 없어요. 한의대도 직업학교 수준이고.”

그날 밤은 그녀들의 대화가 계속 머리 속에 맴돌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정말 미국 한의대는 직업학교 수준이고, 제대로 된 한의사가 없는 걸까.

그 동안 보아왔던 의대생이나 인턴들은 피곤에 절어 있는 모습이어도, 그들에 대한 사회적인 이미지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정말 공부를 많이 수고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기에 인턴에게도 “선생님”이라고 부르곤 했다.

반면 미국 한의사들에겐 당당한 모습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의사로서의 자긍심, 환자들의 존경하는 모습, 감사하는 마음 등의 환상이 산산이 깨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나는 다르다’고 스스로에게 외치며 그 이미지를 벗고 싶었다.

 

▲‘한의사’의 이미지란?

양방의사들은 유니폼을 입고, 청진기를 휴대하며 간호사의 보조를 받는다. 경제적으로도 윤택한 부류의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강하다. 환자에게 많은 비용을 청구해도 당연히 받아들인다. 오랫동안 비싼 돈 주고 공부했기에 당연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적당한 이유를 들어가면서, 그들을 이해하려 작정하고 있다.

반면 한의사는 어떤가? 미국 한의대 입학자격은 2년제 이상의 대학 졸업 또는 수료자로, 입학한 후엔 3~4년을 공부해야 한의사 면허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전문의와 차이는 있지만, 양방의사들도 면허시험을 보려면 6년이 걸리고 한의사들도 6년이니 교육기간이 같다. 인턴십도 점점 시간이 늘어가는 추세고, 양방 및 과학과목까지도 이수해야 한다. 영어 또한 TSE스코어를 가져야만 할 정도로 요구조건은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한의사들의 이미지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 학문적으로도 대우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현실은 한의사 스스로가 이미지를 잘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부심을 갖고 환자에게 맞는 치료, 시술, 법적인 보장 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신뢰 가는 한의사 이미지

그렇다면 좋은 시설, 원장실, 간호사, 좋은 위치 등만으로 훌륭한 한의사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까? 

치료는 기본이고, 보험도 잘 커버돼야 한다. 요즘 잘 나간다는 한국 한의원들은 이미 대형화, 전문화 돼 있다. 당연히 좋은 시설, 충분한 간호사 및 컨설턴트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한의사로서의 직업적 윤리와 자질뿐 아니라 동양철학에 입각한 자연치유의 전문인으로서의 자부심, 자존심, 자기계발, 학문적인 기반, 신뢰감, 청결함, 합법적인 시술과 합당한 진료비 등 한의사 만이 가져야 할 전문적인 이미지가 필요하다.

지금부터 신뢰감을 이끌어 내는 한의사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이 10년후의 한의사로서의 위상을 만들어가는 초석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한국에 가야 한의사를 만날 수 있다는 오명을 떨쳐 버릴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시작일 것이다.

정희선 원장(Angel acupuncture 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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