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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March 29, 2024

윤재홍 교수의 후세방 치험례① 감기

△ 같은 감기도 환자의 병인과 체질을 고려해 처방해야 한다. 사진©Dollarphotoclub_Subbotina Anna

 

같은 감기도 병인∙체질 따라 처방 달라

심한 기침의 태음인 ‘오적산’

알레르기 비염 겸한 소양인 감기 ‘시호계지탕’

 

필자는 후세방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처방 사용기준은 감천 이종대 선생의 ‘상태의학’에 근본을 두고 있다. 상태의학 이론은 신체상태를 살펴봄으로, 생리가 병리로 변하는 과정을 이해한 것이다.  혹시 단편적인 상태만으로 한약을 선택할 경우에는 임상에 실패할 경우가 많다는 것을 참고했으면 한다.

이번 호에서는 겨울철에 흔히 볼 수 있는 두 명의 감기 환자의 처방에 대해 비교해 살펴보겠다. 환자①은 심한 기침의 15세 고등학생을 오적산 처방했고, 환자②는 알레르기 비염을 겸한 소양인 감기를 시호계지탕으로 치료한 사례다.

 

▲ 환자① 증상

하루는 중키에 몸집이 단단한 15세 태음인 남자 고등학생이 내원한 적이 있었다. 이 학생의 주증상은 두달 전부터 기침을 심하게 하고 있고, 목이 항상 칼칼한 느낌 등이었다. 또한 인후가 부어 있는 느낌이고 항상 불편하며 가래도 있다.

기침은 아침에 등교 길에 찬 바람 맞으면 더 심해졌고, 양방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고 처음에 조금 좋아지는 듯 했으나 기침이 점점 심해지는 상태였다.

참고증상으로는 목이 간지럽고 그르렁 소리도 나며 머리에 열이 있고 배가 찬 편이며 가끔 아팠다.

 

▲ 환자① 변증 및 처방

이 환자는 몸집이 있음에도 추위를 타고 기침과 함께 발열 및 가래가 있어 진해거담과 함께 배가 차다는 데서 허냉증 음증감기라고 판단, 음증 감기약을 투여해야겠다 여겼다.

기침증상 만으로는 소청룡탕을 떠올렸으나 목에서 나는 그르렁 소리와 음적 체질이라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번엔 소화기 문제가 있는 감기에 쓸 수 있는 처방으로 삼소음을 생각했으나, 두 달이나 기침을 했고 속이 찬 환자를 생각할 때 온열 위주의 약이 적합하다 사료됐다. 이에 온리와 발표성이 뛰어난 상한 음증 감기에 쓸수 있는 오적산을 쓰기로 했다.

 

▲ 환자① 투약 및 경과

태음인 기침형 감기을 목표로 『방약합편 중통 13』의 오적산 배량에 마황을 빼고, 소엽2돈을 더해 15첩을 투약했다.

복용 3일째 되는 날부터 아침에 특히 심하던 기침이 거의 다 소실됐다. 양약을 두 달 복용해도 낫지 않던 기침이 사흘 만에 없어지는 걸 보고 주위 사람들이 놀랐다고 한다. 이후 나머지 약을 모두 복용 후엔 상기 증세가 모두 소실되었다.

투약내역: 『방약합편 중통 13』의 오적산 배량에  마황 빼고 소엽 2돈을 더해 15첩 복용. 청출 4, 소엽, 진피2, 후박, 길경, 지각, 당귀, 건강, 백작약, 백복령 1.6, 천궁, 백지, 반하, 계피 1.4, 감초 1.2돈

 

▲ 환자② 증상

중간 정도의 몸과 키에 시원시원한 성격의 42세 소양인 여성 환자가 내원했다. 15일전쯤 큰아이가 학교에서 감기를 옮아왔는데 이틀 후부터 처음엔 콧물만 나더니 5일전부터 기침과 콧물이 동시에 심하다고 했다.

또한 콧속에 매운 느낌이 강하고, 눈 주위가 벌겋고 가려워 어쩔 줄 몰랐다. 양방 병원에서 알레르기 비염 처방을 받아 양약을 1주 이상 복용해도 전혀 차도가 없었다. 기침은 주로 새벽에 심하며 한번 시작하면 15~20회 이상 계속됐다.

부증상으로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으로, 간간이 저녁이면 온몸이 떨리면서 열이 심하게 나기도 했다. 또한 호흡이 짧아져 계단 오르기가 숨이 찰 정도였다.

 

▲ 환자② 변증 및 처방

추위를 많이 타는 신체조건과 쉽게 숨이 찬 증상, 계속되는 기침과 콧물, 눈 가려움 증상 등을 통해 태양 소양 합증으로 판단했다.

전형적인 소양인 환자의감기에 많이 써서 효과를 보았던 소시호탕과 간간이 저녁이면 발생하는 오한 발열을 태양 표허증이라 보아 계지탕을 합친 시호 계지탕을 쓰기로 했다.

 

▲ 환자② 투약 및 경과

처방목표를 『방약합편』에서의 “태양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소양증이 많이 남아 있는 증상에 쓴다(治 太陽證 未麗 少陽症多)”는 것과 『동의보감』에서 “상한의 동기(動氣)가 축통(築痛)하는 증을 다스린다”, 『의방집해』에서 “상한의 6~7월에 발열하고 미한하며 지절이 번통하고 미구하여 심하가 지결하고 외증이 미거한 자를 치한다” 등의 고서를 참조했다.

이에 『방약합편 중보 56』의 시호계지탕의 배량으로 10첩을 처방했다. 5일후 다시 방문한 환자를 통해 약을 복용한지 3일 후부터 기침, 콧물, 코가 매웠던 증상과 눈 가려움 증상의 경감과 저녁에 간간이 발생한 오한과 발열도 소실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아직 증세가 조금 남아 있어 같은 처방 6첩을 지어 주었다. 전화로 확인해 보니 나머지 약 복용 후 조금 남아 있던 증상도 완치 되었다.

시호 계지탕의 처방기준은 태양증이 아직 남아 있으며 소양증이 더한 증세에 주로 쓰이며 이외에도 간염, 담석증, 위경련, 늑막염 등 광범위하게 쓸 수 있는 처방이다.

투약 내역은 시호, 계지, 인삼, 백작, 박하 각 2돈, 감초, 건강 각 1돈, 대조 2매 등이다. 1회 10첩으로 기침, 콧물, 코가 매운 증상과 눈 가려움증의 경감과 저녁에 간간이 발생한 오한과 발열 소실됐고, 2회 6첩 복용 후에는 제증상이 모두 소실되었다.

윤재홍 교수(남가주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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