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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April 23, 2024

이정근 교수의 후세방 ①

△신(腎)의 기능이 약하게 태어난 소양인은 정허 증상이 쉽게 발현되는 특성이 있다. 사진©Dollarphotoclub_marilyn barbone

 

필자의 후세방 처방 선방의 기준은 《빈용 처방 101》의 저자 감천 이종대 선생의 ‘상태의학’에 준한다.

상태이론은 인체의 신체 상태를 기준으로 병리 체계를 이해하고, 한방 생리와 병리를 약리와 결부시켜 처방 기준의 모호함을 줄여주어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상태의학의 큰 틀이라고 할 수 있는 ‘병신상증’은 병인, 신체조건, 신체상태, 증상요점의 앞 머리 글자를 모아서 만든 용어로, 병인과 신체조건이 만나 신체상태가 만들어지며 여러 증상이 발현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도식화 해보면 ‘병인 + 신체조건 = 신체상태 →증상, 증후’가 된다.

 

▲주증상

지난 2010년 11월 60대 남성이 하지 냉증, 이상 감각 및 하지 허약으로 내원한 적이 있었다.

이 환자는 중키에 몸통이 굵고 체격이 좋은 소양인으로, 내원하기 넉 달 전에 체력 단련을 위해 무리하게 무게를 올려 운동을 수 차례 한 뒤에 증상이 악화된 상태였다. 또한 이 증상은 수년 전부터 간헐적으로 나타났다.

① 다리가 시려서 저녁에는 항상 이불을 덥고 있는다.

②양쪽 종아리가 뭉치고 스물 거리며 일이 끝나고 돌아오면 항상 아내에게 주물러 달라고 한다.

③하퇴부터 시작하여 허벅지까지 스물 거리고 감각이 없어진다.

④ 다리와 무릎에 힘이 없다. 산을 내려올 때나 계단을 내려올 때 다리가 꺾일 것 같으며 시큰거린다.

 

▲부증상 및 기타

⑤ 소변을 자주 보러 가며 본 후에도 시원치가 않다.

⑥ 귀에서 ‘쐐’ 하는 소리가 들린다.

⑦ 한의원에서 두 번 한약을 먹었다. 지금은 무릎과 관원혈, 중완혈, 족삼리혈에 직접구를 계속 뜨고 있다.

⑧ 소화력은 좋으며 식욕 또한 좋다.

 

▲복진 및 맥진

⑨ 하복부가 허하며 텅 빈 것 같은 느낌이다.

⑩ 복부 전체적으로 압이 올라간 상태다.

⑪ 체격과 체력에 비해서 침맥이며 가늘다.

 

▲변증

이 환자의 하지 무력, 종아리 뭉침과 이상 감각은 인체 형태를 유지 존속 시켜주는 정(精)의 형태가 부족해서 온 것으로 보인다.

체질상 전형적인 소양인으로 선천적으로 타 장부에 비해 신체를 유지 존속 시켜주는 신(腎)의 기능이 약하게 태어났으며, 정허 증상이 쉽게 발현되는 특성이 있다.

또한 소화기에서 에너지 환원이 빨리 일어나기에 다른 체질보다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으며, 과도하게 신체를 사용하기에 환원된 에너지를 정의 형태로 보관할 겨를이 없다.

이 환자는 신체의 쇠퇴기에 해당하는 나이에 근육을 키우기 위해 무리하게 무거운 것을 들은 것이 더욱 정허의 증상을 가속화한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체를 유지 존속하기에도 부족한 쇠퇴기인데 형체를 증대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더욱 소모를 하였기에 당연한 결과로 말할 수 있다.

종아리 뭉침과 순환 부족, 하지 위약은 근을 자양하는 영양분인 신정의 부족으로 인해 하지 근육의 근 기능 감소와 근 영양 부족을 초래하여 발생되는 것으로 사료된다.

이를 상태의학에 준하여 요약하면 △병인: 과도한 운동, △신체조건: 체열-중, 체질-소양인, 체격- 건실한 편, 장부허실-소화력 왕성하며 신허, 체력-중 이상, △신체상태: 신체 전반적으로 근육과 신경을 자양시켜주는 물질의 부족된 상태, △증상: 하지 위약, 감각 이상, 하지 냉증.

 

▲치법 및 처방

소양인의 신정 결핍을 우선적으로 보하고 떨어진 체열을 올려주는 온보와 보정을 치법으로 결정하였다.

소양인의 신정 결핍과 온보를 할 수 있는 처방은 녹용대보탕, 팔미환, 우귀음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신정 결핍과 온보를 할 수 있으며 자윤 물질의 결핍으로 조직의 과 흥분을 진정시켜줄 수 있는 팔미환으로 선방하였다.

선방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고방》에서의 팔미환 복진과 증상 요점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환약보단 흡수가 빨라 약의 효과를 빨리 볼 수 있도록 팔미지황탕으로 하여 1배량으로 10일치 투약하였다.

 

▲경과

환자가 처방을 복용한 7일 후, 다시 문진했다. 그 결과, 발 시림이 없어져서 생각해보니 이불을 덮지 않고 저녁에 TV를 볼 수 있게 됐다. 또한 다리의 스물거림이 현저히 좋아졌으며 아내에게 주물러 달라고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였다. 산을 내려 올 때와 계단을 내려 올 때 무릎의 시큰거림이 소실되고 힘이 생겼다.

이에 다시 팔미지황탕 1배량으로 10일치 투약하였다. 환자는 처방을 복용한 이후 “몸이 좋아졌으며 한약의 위대함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진료 후기

물질의 부족은 물질을 보충하지 않고선 빠른 시일 내에 회복이 되지 않음을 절실히 느꼈다.

이 환자의 경우, 처음에는 “약 맛이 이상하다”며 의심했지만 복용 후에는 “수개월 무릎과 복부에 뜸을 뜬 것이 후회된다”고 하였다.

세상에는 많이 치료법이 있지만 오직 한 치료법으로만 여러 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오직 큰 정으로만 큰 돌 부처를 조각하고 있는 우매함이 아닐까 한다. 인체의 병리와 생리를 고려하여 적재적소적기에 합당한 치료를 행하는 것이 의자로서 가야 할 길이라 생각이 들었다.

이정근 교수(남가주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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